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시간의 청지기

우리는 지금 2019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365일이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공평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시간만큼은 완벽하게 공평하다는 사실입니다. 1년이라는 세월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시간에 관한 한 불평하거나 변명할 여지가 조금도 없습니다.

새해가 되면 ‘새해결심’(New Year’s Resolutions)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새해결심이 오래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하는 말이 생겨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삼일작심(三日作心)으로 바꾸는 것도 한번쯤 고려해볼만하다고 아주 재치 있게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가끔 새해결심을 해보긴 했습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아 이제는 작전을 바꾸었습니다. 이런저런 큰 덩어리에 대해서는 대충 생각을 해두지만 디테일은 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을 꾸준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한 가지 동인(動因)을 마음에 담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시간을 아끼라”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시간을 지혜롭게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시간의 절대치는 불변합니다. 그러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대적 가치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5:15, 16에서 “세월을 아끼라”고 권면하면서 이것이 바로 지혜로운 자의 처신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 것을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여기서 “세월을 아끼라”는 구절을 NIV(New International Version) 성경에서는 “Make the most of every opportunity.”(모든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라)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의미상의 번역이며, 원어대로 충실하게 번역한 KJV(King James Version) 성경에는 “Redeem the time.”(시간을 구속하라)이라고 번역돼 있습니다. ’아끼라’의 헬라어(그리스어)는 ‘엑사고라조(’ἐξαγοράζω)인데, ‘구속하다’라는 뜻입니다. ’구속‘(redemption)이라는 말은 원래 노예로 팔려간 사람을 돈을 주고 자유인이 되게 한다는 뜻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구속하셨다고 하는 의미는 주님께서 사탄과 종의 노예가 되어 있는 우리를 당신의 생명을 값으로 치르고 자유인 즉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을 종살이하던 애굽 땅에서 해방시켜 주신 사건이 구속의 의미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때도 어린 양들이 희생을 당했고, 그 양들의 피를 보고 죽음의 사자(使者)가 넘어갔다고 해서 유월절((踰越節, Passover)이라는 절기가 생겨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월을 구속하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이 악한 세상에서 사탄에게 빼앗겼던 시간을 도로 찾아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명한 성경학자인 벵겔(Bengel)은 원어에 충실하게 “악한 자의 손에서 시간을 사 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요한 칼뱅도 “마귀의 손에서 시간을 사 내어야 한다.”고 주석했고, 성 어거스틴도 시간을 속량하는 방법은 세상적인 모든 훼방거리와 향락을 내어주고 시간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같은 의미로 주해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사탄에게 빼앗기지 말고 하나님을 위해 선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우선순위를 바로 세워 시간을 잘 선용해야 합니다. 일주일 168시간 중에서 신앙생활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씀에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것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에베소서 5:18-20)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라.“

기독교에서는 ‘청지기’(steward)라는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태초에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들을 다시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것을 신학자들은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화명령을 달리 표현하면 청지기 직분(stewardship)을 감당하라는 것입니다. 청지기란 주인을 대신하여 재산과 종들을 관리하고 때로는 주인의 자녀들까지 돌보고 지도하는 책무를 가진 자를 가리킵니다. 청지기란 한 마디로 주인으로부터 어떤 직무를 위임받아 처리하고 관리하는 자를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청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지기 직분을 말할 때 보통 물질의 청지기 직분에 대하여 자주 언급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물질은 다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돌려드려야 마땅한데 하나님께서 다 요구하지 아니 하시고 그 중 십분의 일만 요구하시기 때문에 십일조을 드리는 것입니다. 사실 물질만 하나님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재능, 건강, 가정, 자녀들, 자연환경, 심지어 우리 생명도 하나님의 것입니다. 만일 생명이 우리 것이라면 마음먹은 만큼 얼마든지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이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원하시면 꼼짝없이 되돌려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청지기 직분 중에 참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의 청지기’ 직분입니다. 하나님은 물질에 대해서는 십분의 일을 요구하시지만, 시간에 대해서는 칠분의 일을 요구하십니다. 주일성수의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일주일 중 하루는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야 하지만, 엿새 동안은 생업에 힘써야 합니다. 흔히들 “시간은 금이다.” 또는 “시간은 돈이다.”라고 말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시간은 돈보다 더 값진 것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시간을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있으면 돈은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부자들은 장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생명을 무한히 연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벤쟈민 프랭클린은 “시간은 생명이다”(Time is life)라고까지 말했던 것입니다. 그는 우리가 진정으로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리의 생명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시간 그 자체요 시간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째깍째깍 하는 시계 소리와 함께 우리가 이 땅에 머물러야 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재산을 모으는 재(財)테크도 중요하지만, 시(時)테크는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재테크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외로 시테크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서는 무척 인색하면서도 정작 돈보다 몇 갑절 더 소중한 시간에 대해서는 무척 너그러운 것 같습니다. 시간은 인생 그 자체라는 점에서 시테크는 인생의 총화(總和)인 생(生)테크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입니다.

시간이 돈보다 더 귀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시간은 한번 흘러가버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과성(一過性)의 자원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합니다. 시간은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머리를 짜내어도 재활용(recycle)이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이토록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심지어 대학원에서도 MBA 과정에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라는 과목을 개설해서 현명하게 시간을 선용함으로써 인생이나 기업의 업적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간 경영을 잘 해야 합니다.

이제 2019년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신앙생활에 우선적으로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알뜰살뜰 보람으로 한 땀 한 땀 알차게 수놓아가야겠다는 야무진 결의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Blessed New Year in Christ Je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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