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의 시사칼럼



민족이라는 허울 좋은 정체

한민족(韓民族)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만주, 연해주 등지에 살면서 공동 문화권을 형성하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아시아계 민족이다. 드물게 '배달민족'이라는 명칭도 사용되나, 명칭 자체 가 20세기에 들어 등장하였고, 그 이전에 이러한 호칭이 사용되었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

공산주의가 붕괴한 이래로 세계는 지금 민족 간의 분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과연 순수한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근대국가의 성립 이후 민족이라는 개념이 인류의 역사에 발을 붙이면서 시작된 민족 간의 갈등은, 인류에게 수많은 갈등과 오해와 아픔을 던져주었다. 심지어는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민족을 대량 학살하는 비극적인 만행이 자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불행 을 야기하는 민족이란 과연 무엇인가. 에르네스트 르낭은 말한다. 민족은 인종에서 유래하는 것도, 언어로 구분되는 것도, 종교로 결속 되는 것도, 그리고 국경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고. 민족이란 언제든지 새로 생겨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게 되는 개념일 뿐임을 그는 강조한다.

대한민국 좌파의 ‘민족’은 그들이 불리할 때 통일전선을 구축하고 공고히 하려고 사용하는 용어의 하나로 그 의미가 사전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그로써 우파를 기만하고 중도파를 끌어들여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들이 일컫는 민족의 범위는 아주 좁아서 한국은 촛불 주도세력만, 북한은 공산왕족과 공산귀족만 포함된다.


작정하고 들면, 한국인을 속이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다. 성리학의 좋은 면은 대부분 사라지고 그 나쁜 면이 유독 한국인의 의식과 무의식을 한꺼번에 장악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분’이다. 그래서 누구든 한국에선 명분을 선점하면 실지 행동과 속마음은 아무리 청산유수 같은 말과 다를지라 도, 그 사람은 갓 태어난 오리새끼에게 각인된 ‘울 엄마’, 제일 먼저 눈에 띈 생명체로서 각인된 ‘울 엄마’와 같은 존재가 된다. 설령 그가 후에 위선자로 밝혀져도, 그것은 그저 만연한 관행의 하나로 또는 작은 실수로, 개님에게 묻은 겨 한두 개 정도로 치부되어 슬그머니, 흐지부지 용서된다.

좌파들이 제일 먼저 들고 나온 명분은 평등이다. 그것은 지금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금 수저 흙 수저’ 이분법과 ‘헬조선’ 선동은 피 끓는 청년과 고달픈 사회적 약자, 착한 중도파가 의분에 차서 기꺼이 자발적으로 광우병이건 세월호건 촛불을 들게 했던 것이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중동, 동·서남아시아, 구 공산권, 현 공산권, 그 어느 나라보다 대한민국이 2차대전 이후의 신생 독립국이자, 공산침략으로 일제 35년보다 가혹했던 3년의 동족상잔을 겪은 나라로서 불가사의 하게 평등한 나라라는 것을 그들 중에 제대로 아는 사람은 1%도 안 될 것이다. 왜? 포털과 방송과 신문 어디에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까!

좌파들이 두 번째 들고 나온 명분은 ‘민주’다. 이걸로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에 이어 문재인이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우파는 모조리 독재로 봤다는 점에서 그들은 좌파와 시종일관 한 패거리였던 것이다.

좌파들이 세 번째 들고 나온 명분은 ‘통일’과 ‘평화’이다. 그 시기가 1980년대다. 그것은 공고하기만 하던 반공전선을 무너뜨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런데 이것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자승 자박의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소비에트와 그 위성국가들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동서독이 단 한 명의 보트피플도 없이 자유·평화·자주 통일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임시방편으로 급조한 명분이 ‘흡수통일 결사반대’였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자유·평화·자주 통일을 달성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외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지난 10년간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던 ‘통일’과 '평화’의 명패를 거꾸로 단 것이다

좌파들이 네 번째 들고 나온 명분이 바로 ‘민족’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공산권 붕괴후 ‘민중민주파’ 가 넋을 놓을 즈음, ‘주체사상’파가 범민주파를 완전 장악하면서 깃발도 요란하게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민족이란 명분이다. 우파와 중도파는 민족이라고 하면 당연히 남북한 한민족을 모두 포괄하고 심지어 해외동포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좌파는 처음부터 반공전선에서 전 국민에게 도깨비나 악마 로 여겨지던 북한의 공산왕족과 공산귀족을 한 겨레로 너그럽게 포괄하자는 것이었다.


좌파의 민족은 남북한 한민족 중 삼천만 정도밖에 안 된다. 그들은 우파를 민족반역자 내지 적폐세력 으로 본다. 절대 용서 못한다. 북한의 공산왕족과 공산귀족을 뺀 북한주민도 안중에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은 북한인권 얘기만 나와도 얼굴이 시뻘게진다. UN에서 14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켜 도 평화와 통일과 자주를 방해하는 제국주의의 망령이라고 분개한다. 대신 위안부 문제는 사생결단하 고 앞세우고 대한민국 학생과 노동자의 인권을 집중 부각시키고, 우파 정권에서 인권 탄압 받은 사람들을 집요하게 들춰내고 좌익활동 유죄 판결도 기어코 무죄로 뒤집고 있다.

그럼 이쯤해서 좌파들이, 그중 핵심들이 이른바 커밍아웃(coming out)할까. 천만에! 그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평등과 민주와 민족과 평화와 통일’을 버리지 않는다. 그 명분을 버리는 순간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는 어디서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연방제통일되면, 그때는 정체를 드러 낼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 통일되면, ‘속았다’는 한 마디로 스스로 면죄부를 발부한 다음, 출세의 새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민족이라는 허울을 앞세웠 던 좌파들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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