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의 시사칼럼



교착 국면을 벗어나는 남북관계 되길

눈앞에 다가온 듯했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이다. '선 비핵화'를 내세우는 미국과 '동시 적 상응조치'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간의 줄다리기가 7개월째 팽팽하다. 대화 기조와 유화적 제스 처는 유지되고 있을 뿐 교착 타개의 책임은 상대편에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다. 지루한 교착국면에 서 초 조 한 것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비핵화를 선언한 북한이다.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미국은 남북협상에 제동을 걸고, 북한은 미국 눈치만 본다고 불만이다.

그런데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있던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들이 미국의 '지원사격' 속에 당분간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남북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유연성을 발휘함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북미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앞으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워킹그룹 2차 회의를 통해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유해 발굴 사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끌어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있던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들이 당분간 순항할 것이라는 관측이다.미국이 남북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유연성을 발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북·미 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 고 있 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들 사업을 위해 북한에 들어갈 물자와 장비에 대해 제재 예외를 적용해주겠다는 뜻 을 밝혔다. 또 정부의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도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 이들 사업이 조기에 집행될 계기를 마련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열린 보건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인플루엔자 정보를 교환하고 북측에 타미플루를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인도적 차원에서 추진돼온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북한 양묘장 현대화 등 다른 남북교류 협력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화상상봉은 남북 간에 영상을 주고받기 위해 북측에 반입해야 하는 통신선과 모니터 등 장비 들이, 양묘장 현대화 사업은 일부 기자재가 제재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제재와 무관한 남북이 교류협력 사업에 오히려 속도를 내는 것이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촉진하고 속도감을 부여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설득한 것이다.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이 길어지면서 협상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공존한다. 최악의 경우 2017년의 위기상황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비핵화 협상에서 속도는 중요하다. 이미 임기의 반환점을 지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며, 임기 내에 정치적 위기 에 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경우 비핵화 협상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제네바 합의와 경수로지원사업의 운명처럼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전철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남북이 추진하고 있는 육로와 철도, 항공로의 연결은 통일한국을 위한 기초 사회적 자본이다. 이 사업은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한 투자이면서 평화체제로의 이행이 불가역적임을 대내외적으 로 알리며, 동맹국들에게 적극적 협상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재국면에도 가능한 교류협 력 사업을 발굴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교류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며 비교적 평등한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상호 이해가 깊어져 야 한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넘 었다. 언어와 민속과 같은 문화적 차이는 물론 경제 제도와 생활, 행정, 교육, 법률 등 사회 제도의 이질감이 크다.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남북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 하면 교류와 협력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편지하기, 스포츠와 문화예술 및 학술 교류는 언제든 가능한 사업 이다. 또 학술교류도 남북한이 최악의 상황 에서도 중단되지 않고 추진돼온 사업이다.


북미협상의 교착상태는 처음이 아니다. 제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격렬한 상호비방을 주고받았 으며 싱가포르선언 이후에도 상당기간 답보상태였다. 한국 정부는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를 여러 차례 해결해 왔듯이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북미 간의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를 해나가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기존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북한은 적대행위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핵 폐기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합의와 실천으로 신뢰를 쌓고 큰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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