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윤선의 마음치유 컬럼



우울의 심연(深淵)

예고없는 우울의 시간이 성큼 다가와 나를 두드립니다.
이렇게 우울한 기분을 느껴본 지 꽤 된듯합니다. 예전에는 우울함과 함께 동거 동락했었던 긴 과거가 있었습니다. 늘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 그림자처럼 말이지요.

이제는 우울함을 어쩌다 한번 스칠까 말까 할 정도로 뜸해졌습니다.
우울과의 해후는 그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당시 좋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고 나서 오는 우울이라는 후폭풍은 한순간 비틀거리는 심약한 나를 가차없이 삼켜버립니다.

사실 먼지 털 듯 쉽게 털어버릴 수 있는 작은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우울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빙산이 되듯 우울은 그렇게 점점 불거지고 머릿속에선 우울의 세포분열이 미친 듯 퍼져나가 그렇게 우울함의 세포가 일 초에 몇 천개 몇 만개씩 아니 셀 수 없는 숫자로 불어납니다.

순간적으로 늪에 빠진 듯 빠지고 빠지다 보면 어느새 내 자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는지도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그냥 우울 속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비춰 보았을 때 그리도 못났고 운 없고 바보 같을 수가 없습니다.
우울한 거울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처럼 가장 비참할 때는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불쑥 위험한 충동이 다가옵니다.

“죽고 싶다!”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세상 속에서 비비적대며 추하게 생을 연연하며 시간을 축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최선이라는 망상에 빠집니다.
죽음은 우울한 사람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생명의 끈같이 새 삶의 희망에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죽음만이 오히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자유를 주는 길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습니다.

어쩌다 잠깐의 몇 초 멍할 때가 있습니다.
그 잠깐의 머리 비움이 그다지도 행복하고 평화스러울 수 없습니다.

왜?

그 시간만이 초라한 삶을 그리고 구차한 삶을 느끼지 않는 순간이고 아주 깔끔하고 깨끗한 그 자체 온전히 나를 느끼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멍함을 지속할 수 없을까? 라는 멍청한 생각을 또다시 해봅니다.
비유하자면, 끝이 없는 평온의 심연이랄까?

생각 없이 나락에 쭉 빠져드는... 계속 끝없이 끝없이 빨려드는 그런 신비로움
그러한 심연은 우울함속의 초라한 나를 보호해주는 희망의 탈출구처럼 보입니다.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절벽 끝에서 밑을 바라보며,
“저기엔 끝이 없을거야.”
라고 한 말처럼 말입니다.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건 무엇일까요?
그게 바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울과 심연이라는 평온의 희망을 안은 모든 생각의 꼬리들은 악마의 속삭임에서부터 온 것임을 언젠가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빛을 느낀 이후로부터입니다.
빛은 사랑으로 온통 반짝입니다.
사람에게서 느낄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내가 잘못해도 실수해도 사랑으로 안아줍니다.
내가 초라하고 미약하며 쓸모없다 해도 가장 소중하게 대해줍니다.
내가 외롭고 슬프고 고독함에 고통스러워함을 그저 부질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없다고 느낄 때 모든 사랑의 관심이 나에게 집중됩니다.

어려서부터 오랜 세월 사랑을 갈구하여 사람들에게 사회에게 사랑을 갈구했었습니다. 하지만 갈구함이 커질수록 그만큼 사랑은 더욱 고갈되어 갔습니다.

사랑의 빛은 사람과 달리 세상과 달리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으로 받아주고 보아줍니다. 그 빛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평온 그리고 따뜻함으로 온몸을 뒤덮습니다.

우울의 심연이라는 어둠 속 덫에서 따뜻한 사랑의 빛으로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둠에서 서서히 벗어나 빛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갑니다.
빛과 어둠은 나의 삶에서 서로 교차되며 끝없이 반복됩니다.

마치 낮의 해와 밤의 달처럼 우울과 동거동락을 할 때는 어둠 속에서 빛을 피해 다닙니다.
지금은 빛이 있는 동안 빛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따라다닙니다.

이제는 피해 다녔던 빛의 해가 더없이 감사함으로 느끼곤 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러한 거짓된 심연의 덫에 스스로 목숨을 내던집니다.

아마 예전의 나처럼 죽음의 심연에 빠지고 싶었을까요?
그 사람들은 분명 내면이 착한 이들 여린 이들입니다.

자신을 해치려 하는 이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해칩니다.
나약한 선한 이들이 자꾸 악마의 속삭임에 이끌려 노예가 되어 목숨을 거는 것...

난 그들이 어떤 기분인지 너무도 잘 압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요?
막을 수 있다면 막고 싶습니다.
그들도 어둠 속에서 빛으로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우울의 심연에서 빠져나오기
1. 모든 잡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제 삼자 입장으로 바라보기
2. 잡 생각들의 시간이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체크하기
3.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 순간으로 잘라버리기
4. 잘라버리고나서 지금 이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장 찾아 하기
큰일을 하려고 하거나 완벽한 무언가를 해내려고 노력하지 말고 지금 당장 방청소를 하거나 옷정리를 하던지 서류정리나 책상 또는 책장 아니면 닥치는대로 부엌정리를 한다.
5. 틈틈이 찾아오는 잡생각의 꼬리를 빨리 잘라내고 그 시간에 무언가에 집중한다.
이를 계속 반복해본다. 초반에는 하기 힘들고 어렵지만 이를 악물고 노력해보길 바랍니다.

마음 디자이너 은 윤선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