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애 영양학교수 건강칼럼



부기를 빼주고 숙취를 풀어주는 팥(Red-Bean)

예부터 동짓날이 되면 사람들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면서리고 함께 팥죽을 쑤어 나눠먹곤 하였다. 이러한 풍습의 내력은 이미 고려 때부터 있었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팥죽은 “액을 막고 잡귀를 없애준다”라고 해서 대문이나 장독대 등에 팥죽을 뿌려 잡기를 쫓았다고 소개되어 있다. 특히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 한다는 속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어린 시절에는 누가 이사를 하면 할머니들이 으레 팥죽을 쑤어주며 그 집안의 평안함을 기원했다. 이러한 민속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눈이 하얗게 쌓이는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정겨운 사람들과 둘러앉아 먹는 팥죽은 그야말로 우리네 민족만이 간직한 아름다운 풍습이라 할 수 있다.

팥(Red-Bean) 은 한문 명으로 적소두, 홍두라고 하는 콩과의 일년초로 원산지는 동양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일본, 한국 등지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데 특히 한국에서는 쌀 다음으로 중요시하는 오곡 중에 하나다.

팥은 당질, 탄수화물, 칼슘(Ca), 인(P) 등의 미네랄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지방의 함량은 미량이지만 팔미틴산, 스테아린산, 아리키톤산 등 아주 우수한 질의 필수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효로서도 유명한 팥은 성질이 약간 차고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작용이 있어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여 이뇨 작용을 돕는다. 그래서 예로부터 팥은 민간요법으로 또는 한방의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어왔다. 몸이 붓거나 헛배가 부르거나 간경화로 복수가 찰 때 효과적이며, 요로결석 등에 팥을 잉어와 함께 삶아 섭취하면 좋은 효력을 나타낸다. 또한 팥은 해독 효능이 있어 가스 중독증에 사용되기도 하며, 구토나 갈증을 푸는 데도 쓰이곤 한다. 출산 후 산모에게는 젖을 잘 돌게 하는 음식으로 팥죽을 섭취하도록 했다.

단, 팥은 기운을 가라앉히고 물기를 많이 빠져나가게 하므로 장기간 섭취하면 사람을 마르게 한다. 그래서 배가 나오고 비만인 사람에게는 적합하지만 반면에 쇠약하고 여윈 사람 또는 소변이 많은 이에게는 적합하지 않는 식품이다. 예를 들어 위장이 찬 사람이 팥빙수를 섭취한다면 설사를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팥에는 섬유소가 많이 풍부하고 조직이 단단해 물과 함께 오래 삶아야만 무르게 된다. 그래서 빨리 팥을 익히려고 간혹 식용 소다를 첨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방법은 옳지 않다. 소다는 팥을 쉽게 무르게 하지만 팥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B1을 파괴하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팥은 흩히 팥밥, 팥죽, 떡고물, 빵, 생과자 등의 소로 쓰이고, 양갱(단팥묵) 제조에도 사용되고 있다.

• 상식
- 팥소의 감미로운 맛을 살리려면 요리할 때 소량의 소금을 첨가한다. 또한 팥의 표피에 영양 성분이 풍부히 함유되어 있으므로 껍질째 사용하는 것이 좋다.
- 팥죽과 옹심이 : 팥에 들어 있는 비타민B1은 죽의 주 재료로 쓰이는 쌀이나 찹쌀의 녹말이 당화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소화 작용을 원활히 해준다.
- 팥죽을 끓일 때 백설탕을 넣으면 사포닌이 분해되고 변기가 생기기 쉬울 뿐 아니라 비타민B1도 없어지므로 팥죽을 먹을 때 백설탕 대신 흑설탕이나 꿀로 맛을 내는 게 좋다.